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 각국 중앙은행과 준비자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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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특정 자산을 ‘전략적으로’ 비축한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를 운영해왔고, 금 역시 대표적인 국가 전략자산입니다. 

그런데 2025년, 여기에 새로운 자산이 하나 추가됐습니다.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이 결정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실제로 어디까지 진행됐으며, 앞서 다룬 금 재평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시작은 ‘압류 자산 활용’이었다

2025년 3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 SBR)을 창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최초 설계 방식입니다.

  • 이 비축자산은 세금으로 새로 사들인 게 아니라, 형사·민사 절차로 이미 압류해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으로 구성됐습니다.
  • 행정명령은 명시적으로 “공개시장에서의 매수는 없다”는 원칙을 담았습니다. 즉 처음엔 정부가 이미 갖고 있던 자산을 그냥 ‘팔지 않고 국가 자산으로 지정’하는 수준의 조치였습니다.
  • 비트코인 외의 압류 디지털자산(이더리움, XRP 등)은 별도의 ‘디지털자산 스톡파일(Digital Asset Stockpile)’로 분리해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이 시점의 보유 규모는 약 20만 BTC 수준이었는데, 2026년 2월 기준으로는 약 32만 8,372 BTC(약 250억 달러 규모)까지 늘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 전체 발행량(2,100만 개)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의회로 넘어간 진짜 승부 — 100만 개 매입 법안

행정명령만으로는 “이미 있는 걸 안 팔겠다”는 선언에 그칩니다. 진짜 승부는 공개시장에서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고, 이건 의회 입법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현재 두 개의 경쟁 법안이 있습니다.

  • BITCOIN Act (S.954, 신시아 루미스 발의): 향후 5년간 매년 20만 BTC씩, 총 100만 BTC를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매입한 자산은 20년간 의무 보유하도록 못박았습니다.
  • American Reserve Modernization Act, ARMA (HR 8957, 닉 베기치 발의): 초당적 지지를 넓히기 위해 이름을 바꿔 다시 발의된 버전으로, 마찬가지로 20년 보유 의무를 담고 있고, 연방기관들이 보유·통제 중인 디지털자산 현황을 분기마다 공개하는 ‘보유증명(Proof of Reserve)’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습니다.

두 법안 모두 아직 최종 통과되지는 않았습니다. 2026년 5월 기준 ARMA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심사 단계까지 올라간 상태입니다.

연방정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주(州) 정부들의 움직임

흥미로운 점은 이 흐름이 연방정부 단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 50개 주 중 절반가량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거나 검토 중이며, 방식은 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 뉴햄프셔(전국 최초, 2025년 5월): 주 재무관이 공공자금의 최대 5%까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
  • 애리조나(2025년 5월): 새로 세금을 걷어 사는 대신, 주인 없는 압류·미청구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 비트코인 형태로 그대로 보유하는 방식 — 세금 부담 없는(budget-neutral) 설계라는 점에서 연방정부 SBR과 철학이 같습니다.
  • 텍사스(2025년 6월): 가장 공격적인 사례로, 공공자금을 이용한 실제 공개시장 매입까지 허용했습니다. 2025년 11월, 온스당 8만 7천 달러 시점에 500만 달러 규모를 실제로 매입한 바 있습니다.

즉 연방정부의 SBR은 이런 흐름의 정점이지 시작이 아니며,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이미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편입하는 실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 아직 삐걱대고 있나 — 관할권 다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은 실행 이전부터 두 가지 걸림돌에 부딪혀 있습니다.

  • 부처 간 관할권 다툼: 재무부와 상무부 사이에 이 비축자산을 누가 관리·보관할 것인지를 둘러싼 이견이 있습니다.
  • 법적 타당성 논란: 변동성이 큰 자산을 정부가 ‘영구 보유’하도록 법으로 못박는 것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도 진행 중입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복잡한 절차가 따르더라도 모범 사례를 적용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비축 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히며, 관련 법안(클래리티 법안)을 여름 중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출처: 디지털애셋, “美 재무 “비트코인 전략 비축 준비…클래리티 법안 여름 통과 목표””, 2026년 6월 4일)

금 재평가와의 연결고리

여기서 2편의 내용과 이어집니다. 비트코인법이 실제로 노리는 재원 조달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 예산 중립적(budget-neutral) 조달: 행정명령은 재무부와 상무부에 세금을 새로 걷지 않는 방식으로 추가 매입 전략을 개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금 재평가 차익 활용: 여기서 가장 유력한 재원이 바로 2편에서 다룬 금 재평가 차익입니다. 재무부가 보유한 금 증서를 시장가로 재평가하면서 생기는 자금(온스당 $4,000 기준 약 1조 달러)의 일부를, 세금 인상이나 국채 추가 발행 없이 비트코인 매입에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즉 금 재평가와 비트코인 전략자산화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하나의 재원 조달-자산 배분 패키지로 설계돼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공급 충격 — 정부의 매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100만 BTC라는 숫자가 시장에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BITCOIN Act대로 연 20만 BTC씩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2028년 반감기 이후 연간 신규 채굴량(약 8만 2천 개)의 2배가 넘는 규모를 정부가 시장에서 흡수하게 됩니다.
  • 여기에 이미 압류로 확보한 32만 8,372 BTC까지 더하면, 정부 보유분만으로 전체 발행량의 약 6% 이상이 시장에서 영구히 빠지는 셈입니다(20년 의무 보유 조항 때문에 사실상 유통량에서 제외).
  • 공급이 이렇게 줄어드는 동안 수요가 유지되거나 늘어난다면, 이는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즉 정부의 매입 결정 자체가 목표 가격 달성에 기여하는 자기강화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이 마약 밀매·자금세탁 혐의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그가 축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을 몰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다만 정확한 보유 규모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규모의 사실 여부보다 구조입니다. 미국의 SBR은 압류·몰수된 범죄자산만으로 채워지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이런 몰수가 이뤄질 때마다 해당 물량은 20년 의무 보유 조항에 따라 시장에서 영구히 빠지게 됩니다. 즉 법 집행 과정에서 나오는 몰수 자산 자체가, 의도치 않게 공급 감소·희소성 상승이라는 같은 방향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시각 — 리스크는 무엇인가

긍정적으로 보는 논거

  • 압류 자산 활용은 추가 세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 20년 의무 보유는 단기 매도로 인한 시장 충격을 막아, 장기 보유 자산으로서의 신뢰를 쌓으려는 설계입니다.
  • 금 재평가 차익과 연동하면, 세금·국채 발행 없이 새로운 전략자산군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신중해야 할 논거

  • 비트코인은 금과 달리 수천 년의 가치저장 역사가 없는, 변동성이 매우 큰 자산입니다. 국가가 이런 자산을 ‘영구 비축자산’으로 법제화하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실험입니다.
  • 부처 간 관할권 다툼과 법적 타당성 논란에서 보듯, 아직 제도적 기반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거나 하락한다면, 이는 재평가로 확보한 자산가치의 상당 부분을 실제로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부채의 어느 정도를 커버하는가 — 5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여기서 계산할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1,000,000이라는 목표가는 대부분의 분석기관이 매입이 완료되는 시점(5년 뒤, 약 2031년경)을 염두에 두고 제시하는 상단 전망치입니다. 따라서 지금 가치 기준이 아니라, 매입 완료 시점의 예상 부채 규모와 비교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 비트코인 100만 개 × $1,000,000 = 약 1조 달러
  • 2031년경 예상 국가부채(현재 39.3조 달러 + 연 재정적자 약 2조 달러씩 5년 누적): 약 49조~52조 달러
  • 커버 비율: 약 1.9~2.0%

지금 시점 기준(약 2.5%)보다는 약간 낮아지지만, 부채 자체가 훨씬 먼 미래(20년 뒤)까지 불어나는 것을 감안한 계산보다는 현실적인 수치입니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법이 목표대로 진행되고 목표가에 도달하더라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여전히 2% 안팎의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균형 잡힌 결론입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비트코인 전략자산화는 단순한 투자 유행이 아니라 압류 자산 활용에서 시작해, 금 재평가 차익을 재원으로 삼아 100만 개 규모까지 확대하려는 구체적인 입법 프로젝트입니다. 

다만 아직 부처 간 조율과 법안 통과라는 과제가 남아있고, 변동성 큰 자산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편입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도 분명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두 카드(금·비트코인)와 대조되는 또 다른 트랙, 즉 지니어스법을 통한 단기국채 소화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부채의 임계점과 3가지 숨은 카드: 금 재평가, 비트코인, 그리고 AI 패권

다음 편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 각국 중앙은행과 준비자산의 미래

⚠️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시사 분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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