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미국채를 던지고 금을 쓸어담을까? 탈달러화의 충격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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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산이 얼어붙던 날

앞선 글에서 저는 2019년에 금을 사기 시작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뒤인 2022년,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규모로 “실물자산 쪽으로 갈아타야겠다”고 결심한 주체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들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적 계기는 한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던 외환보유액 중 약 3,000억 달러를 순식간에 동결시켰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기 돈인데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 특히 서방과 관계가 껄끄러운 나라들은 이 장면을 보며 똑같은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도 미국과 사이가 나빠지면, 우리가 쌓아둔 달러 자산도 하루아침에 저렇게 묶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사건이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흐름의 실질적인 방아쇠가 됐다는 게 다수 분석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왜 하필 ‘금’인가 — 무기화할 수 없는 자산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미국채나 달러 예금 같은 자산은 결국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행, 결제망) 안에 존재합니다. 즉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반면 금은 다릅니다. 자국 금고에 실물로 보관해두면, 그 누구도 제재나 동결로 접근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런 성격을 두고 최근 언론에서는 금을 “무기화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표현합니다.

중국의 선택은 이 논리를 정확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 중국 인민은행(PBOC): 2026년 2월 기준 15개월 연속 금을 사들이며 보유량을 2,308톤까지 늘렸습니다. 이는 중국 전체 외환보유고의 9.6%, 금액으로는 약 3,695억 달러 규모입니다.
  • 미국채 보유액: 2026년 3월 기준 약 6,523억 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즉 “국채는 팔고, 금은 사는” 방향 전환이 숫자로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국가 단위 ‘거대 세력’이 자산을 이동시키는 본질적 이유
3편에서도 이야기했듯, 거대 자본과 세력은 복잡한 학설이 아니라 ‘신용의 위험성’과 ‘연준의 수위’를 보고 직관적으로 자산을 옮깁니다.

차이가 있다면, 개인은 ‘화폐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이라는 숫자의 위기감 때문에 금을 사지만, 중국과 브릭스라는 국가 단위의 거대 세력은 ‘달러라는 종이 신용이 언제든 동결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시스템 위기감 때문에 금을 산다는 점입니다.

결국 세력이 움직이는 본질은 하나입니다. “종이 위의 약속(신용)이 흔들릴 때, 거대 자본은 그 누구도 동결하거나 깎아내릴 수 없는 실물자산(금, 비트코인)으로 미리 이동한다”는 사실입니다.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흐름은 중국 혼자만의 선택이 아닙니다. 브릭스 국가 전체로 넓혀보면 훨씬 큰 그림이 보입니다.

  • 브릭스 국가 매입량: 브릭스 국가들은 2025년 1~9월 동안에만 약 663톤(약 910억 달러)의 금을 추가로 사들였습니다.
  • 전 세계 중앙은행: 전 세계 중앙은행 전체로 보면 2025년 한 해 동안 1,237톤을 매입했는데, 이는 3년 연속 1,000톤을 넘긴 기록입니다.
  • 달러 비중의 급감: 그 결과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분기 기준 약 57%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는 2023년부터 석유·가스·농산물 같은 주요 원자재 거래를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직접 결제하는 방식을 확대해왔습니다. 중국은 이미 대외무역의 30% 이상이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습니다.

금이 위안화를 뒷받침한다는 시각

여기서 흥미로운 해석 하나가 나옵니다. 중국이 금을 쌓는 이유가 단순히 “안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하이 금거래소를 통한 위안화 기반 금 거래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위안화의 국제적 신뢰도를 금이라는 실물자산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쉽게 말해 “우리 통화는 실제로 금이 받쳐주고 있다”는 신뢰를 만들려는 움직임입니다.

브라질 대통령 룰라가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금본위제가 사라진 뒤 왜 달러가 세계 통화가 됐는가”라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의 시각 — 이 흐름이 앞선 글과 만나는 지점

여기서 앞선 글(“부채의 화폐화”)과 연결되는 지점이 생깁니다.

저는 개인 차원에서 “화폐가치가 조용히 훼손되고 있다”는 불안감으로 금을 샀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은 “제재로 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는 지정학적 불안감으로 같은 자산(금)을 사고 있습니다.

출발한 이유는 다르지만, 도착하는 곳은 같습니다 — 신용(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의심이 커질수록, 사람들과 국가는 똑같이 실물자산으로 향한다는 것입니다.

이 흐름은 제가 이전 시리즈에서 다뤘던 미국의 대응과도 정확히 맞물립니다. 미국채를 사줄 전통적인 큰손(중국 등)이 빠져나가는 자리를, 미국은 국내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나 금 재평가·비트코인 전략자산화 같은 새로운 카드로 메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이어서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치며

중국과 브릭스의 탈달러화는 단순한 반미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2022년 러시아 자산 동결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이 촉발한 위험 관리 차원의 자산 재배치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선택한 자산이 다름 아닌 금이라는 사실은, 신용화폐 시대에도 여전히 금이 갖는 특별한 지위를 다시 확인시켜줍니다.

거대 세력이 달러 채권을 던지고 금이라는 실물자산으로 향하는 길목을 읽어냈다면, 개인 역시 종이 현금과 예금에만 내 노후를 맡겨둘 수 없습니다.

세력이 이동하는 자산의 길목에 내 자산의 일부를 미리 연결해 두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가 2019년에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이, 지금은 국가 단위에서 훨씬 더 명확한 논리로 재현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학습과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용 글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하게 내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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