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만 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호언장담의 대가가 있었습니다.
바이오 연구만 평생 해온 남편 대신 “사인만 하라”며 당당하게 퇴직연금 계좌를 도맡았지만, 불과 1년 만에 마이너스 25%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남편 볼 면목이 없었던 뼈아픈 흑역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유명하다는 주식 5개를 골라 담았지만 하락장에서는 한 덩어리로 폭락한다는 단순한 진리조차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25% 손실의 구렁텅이에서 분산 투자의 진짜 의미를 깨닫고, 채권 커버드콜과 실물 금을 엮어 계좌를 흑자로 돌려세운 저만의 생생한 실전 복구기를 고백합니다.
IRP 수익률 연 2% 탈출기: 70대 30 규정으로 연 10% 만드는 법
IRP의 규정(위험자산 70%, 안전자산 30%)과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ETF 조합을 정리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제가 실제로 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시행착오까지 포함해서 그대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왜 내가 IRP를 직접 관리하게 됐나
많은 회사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선호하고 운용을 직원 개개인에게 맡깁니다. 저희 부부도 마찬가지였는데, 남편은 증권회사 직원이 퇴직연금 가입 설명을 하러 찾아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평생을 바이오 분야에만 몸담아온 사람에게 갑자기 경제와 투자 이야기를 들으라니 당연히 낯설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증권회사 사람과 직접 상담을 하고, 남편에게는 “사인만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 있게 시작했지만, 1년 뒤 결과는 -25%였습니다.
-25%가 알려준 첫 번째 깨달음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냥 유명해 보이는 상품 5개와, 안전자산 30% 규정을 채우기 위한 1~2년 정기예금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25%라는 손실을 통해 처음으로 뼈저리게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 “주식이 내려갈 때는 다 같이 내려간다.”
유명한 것 5개를 골랐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다 비슷한 성격의 위험 자산이라 하락장에서는 분산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만한 성격이 다른 자산들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채권을 이해 못 해서 대신 예금을 넣었던 시절
안전자산 30%는 오랫동안 예금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채권 투자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금리와 가격 방향이 반대다”, “수익률이 낮아진다, 높아진다” 같은 말들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었고, “이 정도 수준이면 더 오르긴 힘들지 않을까(금리 고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채권 커버드콜을 우연히 발견하다
그러다 채권 커버드콜 상품을 찾아보면서 IRP에서 어떤 상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지 직접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상품마다 분류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투자 전에는 해당 금융상품의 위험자산·안전자산 분류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당시 5% 안팎의 금리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고,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보면서 분할 매수를 시작했습니다.
- 상승 기대: 5% 금리 선에서 매수하면, 위로 더 오를 가능성보다 1~2년 지나면 금리가 내려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의 부채수준으로 높은 금리를 오래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배당 방어: 혹시 판단이 틀려 이 금리대에 계속 머문다 해도, 연 12% 수준의 분배금이 유지된다면 가격 하락의 일부를 완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분배금과 상품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이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성장주와 새로운 테마, 그리고 금(Gold)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포트폴리오에 몇 가지를 더 추가했습니다.
- 성장주 ETF (MAG7 포함): 시장을 주도하는 거대 기술주 편입.
- 미국 AI 전력 인프라 ETF: AI 시대를 뒷받침할 전력망과 발전 설비는 아직 초기 투자 단계이며, 경제가 나빠도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잘 버틸 거라고 보았습니다.
- 금(Gold) 재매수: 18편에서 말씀드렸듯 2019년에 온스당 1,300달러 근처에서 금을 샀었는데, 이번엔 4천 달러대 근처에서 다시 매수했습니다. (※ 현재 국제 금 시세와는 단위/환산 방식이 다를 수 있으나, 본인의 판단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금을 다시 산 이유는 2편과 5편에서 다루었듯 중국의 지속적인 실물 금 매입 및 종이금 축소, 미국의 금 재평가 흐름 때문이었습니다.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었지만, 주식과 다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함께 보유하고 싶어 IRP의 분산 자산으로 편입했습니다.
10% 수익률 목표, “장기 평균”으로 접근합니다
여기서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채권 커버드콜의 실제 계좌 내 기여 수익률이 연 3.6%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이것만으로는 10% 목표에 크게 못 미칩니다. 나머지 자산(금 + 테슬라 밸류체인 + AI 전력 인프라)이 연평균 약 9.1%씩 크게 성장해 주어야 전체 10%에 도달하는 구조입니다.
[실전 IRP 장기 평균 10% 달성 전략]
1. 현금흐름 확보 : 채권 커버드콜 등에서 발생하는 분배금을 활용해 포트폴리오의 현금흐름을 보완
2. 폭발적 성장기 : 테슬라 밸류체인, AI 전력 인프라처럼 잠재력이 큰 자산이 몇 년에 한 번씩 큰 폭의 상승을 주도
➔ 단기적 등락을 거쳐 “장기 평균 연 10%”라는 궤도에 진입
하지만 저는 이게 매년 기계적으로 꾸준히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에 한 번씩 크게 오르는 해만 있어도, 장기 평균으로는 이 정도 성장률을 맞출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이 자산들을 고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테슬라와 AI 전력 인프라처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제가 판단한 자산을 편입하고, 앞으로의 성장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런 자산의 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오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매년 안정적으로 10%”라는 목표보다는, “채권 커버드콜에서 발생하는 분배금으로 일정 부분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택한 자산으로 구성해 장기 평균 수익률을 높여보려 한다”는 게 제 실제 전략에 더 가까운 설명인 것 같습니다.
마치며 — 매년 10%가 아니라, 평균 10%를 노리는 지혜
정리하자면, -25%라는 처참한 손실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주식이 내려갈 때는 다 같이 내려간다’는 시장의 냉혹한 법칙을 배웠습니다. 유명한 종목을 여러 개 쪼개 사는 것은 분산이 아니라 그저 위험을 5개로 쪼갠 것에 불과했습니다.
금리 개념도 모른 채 예금에만 넣어두다 이자를 날리던 시행착오 끝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상품 중에서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채권 커버드콜 상품을 찾아 투자했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분배금을 포트폴리오의 현금흐름을 보완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시장이 흔들릴 때 버텨주는 금(Gold), 시대의 인프라를 독점할 AI 전력망, 폭발적인 성장성을 지닌 혁신주를 섞어 성격이 전혀 다른 자산 배분을 완성했습니다.
IRP에서 연 10%의 수익률은 매년 기계적으로 나오는 숫자가 아닙니다. 채권 커버드콜로 매년 3~4%의 방어막을 단단히 쳐두고, 거대한 메가트렌드에 올라탄 성장 자산이 몇 년에 한 번씩 계좌를 강하게 밀어 올려 ‘장기 평균 10%’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실패를 기록하고 투자 방식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 자체가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결과가 좋았던 부분뿐 아니라 잘못된 판단까지 함께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IRP 계좌 안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미국 ETF 중 나에게 딱 맞는 알짜 상품을 가려내는 ‘IRP에서 미국 ETF 고르기 실전 팁’을 다뤄보겠습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퇴직연금 운용 실패와 포트폴리오 재구성 경험을 담은 에세이 칼럼이며, 본문에 언급된 개별 종목(커버드콜, 테슬라, 금 ETF 등)의 매수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채권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손실, 옵션 프리미엄 변동, 환율 리스크 등은 투자 원금 손실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모든 투자 판단은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히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제가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나의 경제이야기를 참고해주세요.
📎 IRP 시리즈 함께 보기 (39~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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