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신 1인 법인 3년 차: 퇴직 후 내 기술로 길을 개척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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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가만히 앉아 퇴직을 기다릴 것인가, 위험해도 내 길을 열 것인가”

앞선 최저임금 맞벌이도 탈락하는 근로장려금: 일할수록 손해인 역설에서는 성실하게 일하는 최저임금 맞벌이 부부조차 지원 대상에서 걸러내는 근로장려금의 숨은 역설을 짚으며, 결국 정부 지원금에 기대지 않는 온전한 자립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나눴습니다.

50대에 접어들어 은퇴를 마주하면 선택지는 생각보다 좁아 보입니다. 대다수는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이나 카페 같은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아예 생소한 분야의 자격증을 따며 불안을 달래곤 합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초기부터 자영업을 배제했습니다. 평생 연구실과 현장에서 20년 넘게 갈고닦은 바이오 분석 장비 전문성을 버리고, 전혀 모르는 업종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낭비이자 위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3년 전 세운 법인의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고, 옛날 방식으로 1년 내내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발로 뛰었던 영업은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다 가는 뻔한 길을 따라가다 주저앉기보다, 비록 위험하더라도 나만의 길을 개척해 보자는 절박함으로 버텼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발로 뛰던 영업의 실패를 딛고, 워드프레스 홈페이지와 유휴장비 세팅, 그리고 영상과 계산기라는 도구를 통해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구조를 만들어낸 1인 바이오 법인 3년 차의 솔직한 사업 전환기를 기록합니다.

발로 뛰던 1년의 참패, 그리고 온라인으로의 방향 전환

처음 법인을 차렸을 때 남편은 예전 방식대로 발로 뛰었습니다. 서울과 대전을 일주일에 네 번씩 오가며 연구소와 기업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과거에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관계를 맺으면 일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요즘 연구원들과 기업들은 사전 예약 없는 방문 자체를 극도로 꺼렸고,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1년 가까이 직접 영업을 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적어도 저희가 경험한 바이오 분석 시장에서는 기존 방식의 대면 영업만으로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방향을 180도 틀었습니다. 밖으로 돌아다니는 대신, 2년 동안 공들여 다듬어온 워드프레스 홈페이지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바이오 분석 기술의 원리를 남편이 매일 글과 데이터로 정리해 홈페이지에 차곡차곡 쌓아 올렸습니다.

정식으로 온라인 체제로 전환한 2026년 1월부터 봄까지는 숨이 막힐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글을 발행하고 검색 엔진에 신뢰가 쌓이기 시작한 6월과 7월을 기점으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매일 밤낮없이 직접 찾아가던 때와 달리, 이제는 검색을 통해 홈페이지를 방문한 일부 기관과 기업에서 먼저 분석 서비스와 장비 문의를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상시 의뢰가 들어오고 있으며, 해외(이탈리아)와의 분석 협력까지 성사되는 놀라운 반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리된 게 지금의 두 축입니다

리간드트레이서(LigandTracer) 장비 판매/분석 서비스와 SPR 분석 서비스입니다.

장비만 팔면 한 번의 거래로 관계가 끝나고, 분석 서비스만 하면 장비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각각 있어서, 이 둘을 같이 가져가는 쪽으로 사업 형태를 잡았습니다. 분석 서비스로 먼저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안에서 장비 구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같은 전문성을 살리더라도 “이걸 온라인으로 팔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바이오 분석은 대면 신뢰가 중요한 업종이라는 통념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도 처음부터 온라인에 전부를 걸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전통적인 방식이 정말 통하지 않는지를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검증 과정에서 무엇을 겪었는지는 아래 1번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결론만 미리 말씀드리면,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온라인이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남은 유일한 선택지”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고민의 과정 자체가 50대 이후 선택을 고민하는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걸 배울 것인가, 알던 걸 다르게 팔 것인가, 아니면 자영업처럼 검증된 길을 갈 것인가” — 정답은 없고, 각자 쌓아온 것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답이 갈릴 뿐입니다.

저희는 “알던 걸 다르게 파는” 쪽을 택했고, 아래는 그 선택이 지금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남에게 넘기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실험대를 차리다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또 한 번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들어온 분석 의뢰를 다른 대형 분석 대행사에 넘겨주고 중간 수수료만 챙길 것인가(중개 모델), 아니면 번거롭더라도 우리가 직접 실험을 수행할 것인가(직접 운용 모델)의 문제였습니다.

단순 중개는 몸은 편하지만, 한 번 의뢰가 끝나면 고객과의 관계도 그것으로 끝납니다. 무엇보다 우리 손에 기술과 데이터가 남지 않아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발품을 팔아 방치되어 있던 전국의 ‘유휴 바이오 장비’들을 찾아내 확보했고, 남편의 20년 노하우를 쏟아부어 완벽하게 실험할 수 있도록 세팅을 마쳤습니다.

남에게 일감을 넘기는 대신, 우리가 직접 실험을 수행하면서 독보적인 실력과 데이터를 우리 것으로 축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직접 장비를 돌리며 데이터를 해석해 제공하면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고가 장비(리간드트레이서) 판매 논의로 이어지는 강력한 사다리가 되었습니다.


홈페이지에 영상과 계산기를 얹자 일어난 변화

글만 빽빽한 홈페이지는 신뢰를 줄 수는 있어도 독자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두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두 가지 무기를 더 얹었습니다.

첫째는 ‘영상’이었습니다. 복잡한 바이오 장비의 작동 원리와 분석 과정을 AI 툴을 활용해 짧고 직관적인 영상으로 제작해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글보다 영상에 익숙한 젊은 연구원들이 직관적으로 기술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는 ‘계산기’였습니다. 홈페이지에 13개의 연구자들이 필요할 실험실 계산기들을 만들어 올리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홈페이지로 유입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방문자를 모으기 위해 만든 계산기였지만, 유입된 독자들이 사이트의 전문적인 칼럼과 장비 소개 영상을 함께 둘러보며 브랜드 신뢰도가 급상승했습니다.

가만히 기다리는 홈페이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매일 찾아와 도구를 쓰고 영상을 보며 스스로 문의를 남기는 살아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가 내 20년 전문성을 다시 부르고 있다

저희가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고집했던 또 다른 이유는 산업의 거대한 흐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신약 개발 시장은 인공지능(AI) 스크리닝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확대되더라도, 실제 후보물질의 결합이나 생물학적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과 검증은 여전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저희는 이 과정에서 세포 기반 분석 기술의 역할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정밀한 물리적 분석 실험의 가치가 더욱 귀해지는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정제된 단백질을 이용한 분석뿐 아니라,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평생을 바쳐온 세포 결합 분석(리간드트레이서 및 SPR) 기술과 시대의 물결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경쟁우위 요인

  1. 공식 대리점: 리간드트레이서(스웨덴 본사) 국내 공식 대리점으로 장비 판매 및 기술 지원을 수행
  2. 희소 인력: 해당 장비를 직접 운용하고 분석 경험을 가진 인력이 많지 않아, 장비 운용과 데이터 분석 경험 자체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3. 직접 운용 역량: 장비 판매만이 아니라 분석 서비스까지 직접 수행 가능해, 잠재 고객과의 접점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음
  4. 노후 장비 진단·교체 컨설팅 역량: 오래된 장비를 쓰고 있는 기관·기업을 방문했을 때, 해당 장비의 문제점을 직접 짚어내고 교체 필요성을 안내할 수 있는 실무 경험을 보유. 단순 영업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라 상대의 신뢰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움
  5. 데이터 분석 역량: 장비 운용에 그치지 않고, 측정된 데이터를 해석·정리해 의뢰 기업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 이 부분이 협력사(단순 분석 대행) 대비 차별화 지점으로 작동

이 다섯 가지 경험이 결합되면서 저희만의 사업 방식과 차별화 요소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 안전한 안주보다, 떨리더라도 내 길을 걷는 자유

정리하자면, 퇴직 후의 삶은 남들이 다 가는 익숙한 자영업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회사 자본금이 0이 되고, 발로 뛰던 1년간 단 하나의 계약도 따내지 못했을 때는 깊은 불안과 의구심에 짓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퇴직금만 갉아먹으며 안주하기보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워드프레스 홈페이지를 파고, 유휴장비를 세팅해 직접 실험대를 차리고, 영상과 글을 멈추지 않고 쌓아 올렸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먼저 메일과 전화를 주는 경험도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훨씬 값진 것은, 50대 이후의 삶을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개척해 가고 있다는 ‘희망’ 그 자체입니다. 남들이 정해둔 뻔한 은퇴의 틀을 깨고, 내가 가진 고유한 무기로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저희의 경험이 은퇴 후 새로운 일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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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1인 바이오 법인(와이클루바이오)의 3년간 창업 및 온라인 사업 전환 과정을 기록한 개인적인 에세이 칼럼이며, 특정 기업의 서비스 홍보나 상업적 광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업종과 보유 기술, 자본 상황에 따라 사업 전략과 시장 반응은 상이할 수 있으므로 도전 전 충분한 준비와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제가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나의 경제이야기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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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은퇴라는 막막한 파도 앞에서 저희 부부가 온몸으로 부딪히며 남겨온 소중한 발자국입니다. 실패와 방황 끝에 피워낸 이 새로운 시작의 경험이, 인생의 2막을 준비하며 불안해하고 계실 많은 분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따뜻한 용기와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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