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확실하게 녹아내리는 돈 vs 열려 있는 자산의 대결
자녀에게 비트코인을 무작정 넘겨주기보다, 차용증과 오피스텔 상환 과정을 통해 부를 다루는 훈련을 먼저 시켰던 자산 교육 철학을 나눴습니다.
주변에서는 “비트코인이 폭락하거나 실패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확신하느냐, 리스크 점검을 먼저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비트코인이 틀릴 경우’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6년 전 2천만 원 시절에는 사지 않았지만, 지금은 국가 안보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명확한 논리적 근거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미국의 전략자산 편입부터 크라켄의 연준 결제망 입성, 백만장자도 1개를 가질 수 없는 절대적 희소성까지, 제가 폭락의 공포를 지우고 방향성에 베팅한 결정적 이유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리스크 점검 대신, 근거부터 말씀드립니다
최근 몇 편이 공격적인 전략 위주였으니 균형 잡힌 “리스크 점검”편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비트코인 확신이 틀린 경우”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근거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미 그 근거를 갖고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근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6년 전에는 비트코인을 사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이 2천만 원 안팎이던 6년 전, 저는 사지 않았습니다. 이 자산이 망하지 않을 근거를 그때는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제가 찾은 근거는 크게 몇 갈래입니다.
근거 1 — 미국의 전략자산화
미국은 금도, 석유도 전략자산으로 다뤄온 나라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 비트코인이 그 목록에 들어가고 있고, 어쩌면 더 먼 미래에는 AI 연산 능력(컴퓨팅 파워)도 전략자산이 될지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미국은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만들었고, 압수 자산 등으로 확보한 약 32만 개를 매각 금지 원칙 아래 장기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추가 매입 정책은 부처 간 권한 다툼으로 표류 중이며, 재무장관도 “당분간 추가 매입은 없다”와 “예산 중립적 확대를 검토 중이다”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 “예산 중립적 확대”의 실체 (금 재평가): 블로그 시리즈 1~10편에서 다뤘던 금 재평가와 그대로 연결됩니다. 미국 재무부 장부에 기록된 금 가격은 지금도 1970년대 수준인 온스당 42달러입니다. 실제 시장가는 수십~백 배 높으므로 장부가를 시가로 재평가하기만 해도 회계상 막대한 차익이 새로 잡힙니다. 국채 발행이나 의회 예산 없이 보유 금의 장부가만 현실화하여 비트코인을 사는 구조(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의 BITCOIN Act 메커니즘)입니다.
- 해시파워(채굴)와 국가 안보: 미국 소재 민간 채굴 기업들이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약 38~40%를 차지합니다. 미 우주군 장교 출신 제이슨 로워리의 논문 《Softwar》에 따르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전 세계 채굴기의 연산력을 뚫어야 하므로 사이버 공간의 새로운 “방어막”이 됩니다. 이 논문은 미 국방부의 보안 검토를 받았고, 로워리 본인도 2026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습니다. 전자전 방어 수단으로서 자국 내 채굴 기업 지원은 단순 산업 정책을 넘어선 안보 전략입니다.
근거 2 — 기관의 편입
2024년 미국에서 현물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서,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이 자산을 정식 상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은행만 할 수 있던 일이 암호화폐 기업에도 열렸다는 걸 봤습니다. 2026년 3월, 크라켄의 은행 자회사(페이워드 파이낸셜)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제한적 마스터 계좌를 승인받았습니다.
암호화폐 기업 최초로 연준의 핵심 결제망인 페드와이어에 직접 접근하게 된 것입니다. 준비금 이자나 긴급 대출은 아직 제한되지만, 결제를 은행처럼 직접 처리하게 된 상징성은 매우 큽니다. 리플 등 다른 기업들도 신청 중이므로 거대 자본이 비트코인 인프라 안으로 진입하는 흐름은 확대될 것입니다.
근거 3 —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대중의 인식 확산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화폐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소리 없이 가져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GDP는 인구수, 효율성, 부채라는 세 가지 레버로 움직입니다.
- 인구는 줄고 고령화로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 로봇이나 AI로 공백을 메우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 그렇다면 각국 정부가 GDP를 지탱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건 결국 부채, 즉 화폐 발행 하나뿐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것처럼 언젠가 로봇과 물건이 흔해져서 돈이 필요 없는 순간이 오더라도, 희소성 있는 자산은 여전히 필요할 것입니다.
근거 4 — 네트워크 효과와 극심한 희소성
인터넷이 그랬듯, 비트코인도 사용자가 늘수록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실제로 보유한 사람은 아주 일부입니다.
- 백만장자 대비 물량 부족: UBS의 2026년 글로벌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백만장자(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는 약 5,700만 명입니다. 비트코인 총량은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나누면 1인당 약 0.37개꼴입니다. 부유층조차 1인당 1개를 가질 수 없습니다.
- 반감기와 공급 감소: 채굴 보상은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2028년 다음 반감기 무렵이면 누적 발행량이 약 2,000만 개에 이르고, 나머지 100만 개는 향후 100년 넘게 서서히 풀립니다. 부유층 사이에서 희소성에 대한 학습이 퍼질수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고실험 — 두 개의 통화만 있다면
만약 세상에 달러와 비트코인, 두 통화만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달러: 정부가 계속 찍어내므로 가치는 계속 떨어집니다.
- 비트코인: 누구도 마음대로 더 찍어낼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가치가 떨어지는 돈을 오래 들고 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담보 대출이 자리 잡는다면, 사람들은 비트코인은 팔지 않고 들고 있다가 정말 현금(달러)이 필요할 때만 담보로 잠깐 빌려쓰는 쪽을 택할 것입니다.
은행은 느립니다 — RWA로 향하는 흐름
14편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은행 이체가 실제 돈의 이동이 아니라 장부의 정리라는 걸 콜드월렛을 쓰면서 체감했습니다.
미국 은행들이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RWA(Real World Asset) 토큰화를 추진하는 것도 장부 정리 방식의 느림을 넘어 소유권을 즉시 이전하고 돈의 이동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돈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는 돈이 더 풀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10년 뒤 AI 에이전트들이 모든 거래를 대신 처리하는 시대가 온다면, 비트코인이 그 밑바탕이 되는 저장 자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연 25% 성장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근거들이 있어도 이전 글들에서 가정했던 연 25% 성장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은행 이자 3%에 제 미래를 걸 수는 없습니다. 25편에서 말씀드렸듯, 지금 받는 조기연금 60만 원도 20년 뒤에는 실질구매력이 20만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확실하게 줄어드는 쪽과, 불확실하지만 열려 있는 쪽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열린 쪽을 택하겠습니다.
이건 공격적인 게 아니라, 방향의 문제입니다
저는 이 선택을 공격적인 베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배당(MSTY)
- 조기연금
- 남편의 연금
- 1인 법인
- 블로그를 포함한 여러 수입원
- 남편의 퇴직금 IRP 1 계좌와 저의 IRP 2계좌
- 주택연금의 유동화는 고려중입니다
위와 같이 수입원을 계속 찾아 나가면서 위험을 나누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비트코인은 그 여러 축 중 하나이며, 변동성은 있지만 방향성을 믿고 가는 것입니다.
마치며 — 다중 안전망 위에서 미래의 방향성을 선택하다
정리하자면, 제가 비트코인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막연한 낙관이 아닙니다. 미국의 전략비축과 금 재평가 논의, 사이버 안보로서의 해시파워, 크라켄 은행의 연준 결제망(페드와이어) 진입, 전 세계 5,700만 명 백만장자조차 1인당 1개를 쥘 수 없는 2,100만 개의 수학적 희소성, 그리고 AI 에이전트 시대의 디지털 자본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대했던 연 25%의 성장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쥐고만 있어도 20년 뒤 구매력이 3분의 1로 녹아내리는 은행 예금에 내 노후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MSTY 배당, 조기연금, 남편 연금, 1인 법인, 부부 IRP 2계좌라는 튼튼한 현금흐름 안전망을 깔아두었기에, 저는 ‘확실하게 가치가 사라지는 길’ 대신 ‘불확실하더라도 거대하게 열려 있는 미래’를 당당하게 선택했습니다.
이어지는 28편에서는 아무리 완벽한 논리를 세워도 시장의 공포 앞에서 무너지는 투자자들을 위한 실전 마인드셋, ‘논리보다 무서운 심리를 다스리는 법’을 다뤄보겠습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거시경제 분석과 자산 배분 철학을 담은 정보 제공용 칼럼이며,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나 미래 가치 보장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고 원금 손실 위험이 따르는 자산이므로, 투자 실행 전 본인의 현금흐름 안전망과 리스크 감내 한도를 반드시 냉정하게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 비트코인 투자철학 시리즈 함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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